공간서로 |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7길 12
2024.08.27. - 2024.09.01.
평일 / 주말 12:00 ~ 20:00
《음악만세》는 음악가 단편선의 2024년 신작이다.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명의로 발표되는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지만, 그보다 큰 범주에서 앨범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총칭하기도 한다. 《리스닝룸 : 음악만세》는 앨범 발표에 앞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. ‘리스닝룸'이라는 명명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는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이다.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다.
《리스닝룸 : 음악만세》의 직접적인 레퍼런스는 음악가 최고은과 시인 김소연이 2021년 함께 연 《Friendhood [reAL Ⅱ]》 전시다. 상수동 제비다방 뒤편의 작은 공간에서 열린 이 전시는 상영회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. 영상에는 시인이 자신이 쓴 에세이를 낭독하고 음악가가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담겼다. (이때의 낭송과 음악은 이듬해인 2022년 단정하게 정리되어 《오늘의 난 미지근하게 축제》라는 앨범이 되었다.) 고은 씨의 공연을 자주 보아왔지만, 전시의 형식으로 보는 그의 음악은 또 달랐다. 상영회가 한 타임 끝나갈 때쯤, 나는 조금 울었던 것 같다. 그건 ‘우정'을 주제로 한 그들의 작업에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일 테지만, 한편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. 암실에서, 모르는 사람들과, 침묵 속에서,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, 삶의 아주 짧은 순간을 함께 보내는. 그 경험에 관해 그 후로도 오랫동안 생각했다.
《리스닝룸 : 음악만세》에서는 신작 앨범을 먼저 들을 수 있다. 앨범과 함께 발간되는, 또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볼 수 있다. 몸의 움직임, 그리고 무용은 《음악만세》 프로젝트의 중요한 한 축이다.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여러 작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공연예술단체 뭄플레이와 협업을 통해 만든 댄스필름을 감상할 수 있다. 오랜 단골이었던 카페 한잔의 룰루랄라와 함께 커피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.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, 그리고 몇 차례의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.
프로젝트 《음악만세》를 2023년,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해 1년 반 가량 때로는 천천히, 때로는 숨 가쁘게 만들어왔다. 프로젝트의 발표가 2024년 7월부터 10월까지, 4개월 간 진행된다. 긴 호흡으로 준비해오던 일에,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 기분이다. 그러나 진짜 이야기, 즉 이 음악과 프로젝트에 대해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.
—
함께 언덕에 오르고 싶다. 경치를 둘러보고 싶다. 계곡에서 발이 물에 빠지기도, 그늘 아래 모여 앉아 김밥을 나누어 먹기도, 서로의 길흉화복과 어슴푸레한 꿈에 관해 이야기하기도, 이따금 작은 동물들과 만나기도 하면서.